과거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교실, 이제는 젊은 창업가들의 땀과 아이디어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는 추억의 공간이었던 폐교가 지금은 지역 브랜드와 창업의 출발점이 되어 다시 사람을 불러들이고, 마을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폐교가 창업의 공간이 된 특별한 사례를 찾기 위해 강원도와 경북, 전라 지역의 실제 공간들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1. 폐교에서 시작된 로컬 농산물 브랜드, ‘OO팜랩 스튜디오’
강원도 평창, 한때 초등학교였던 폐교 부지를 개조한 ‘OO팜랩 스튜디오’는 지금은 유기농 농산물 가공 브랜드의 거점이 되어 있습니다. 교장실은 로컬 식품 개발실로, 교실 하나는 저온 저장고와 포장실로 탈바꿈했고, 운동장은 지역 농산물을 건조하거나 전시하는 공간이 되었죠. OO팜랩의 대표는 청년 귀촌인으로, “처음엔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생각에서 가공과 브랜드화까지 가능한 공간을 고민하던 중 폐교를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곳에서는 평창에서 재배한 무농약 사과를 가공해 건조칩, 사과청, 사과 스프레드 등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고, 직접 디자인한 패키지와 스토리를 입혀 전국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방문객을 위한 시음 공간도 있어, 제품을 직접 맛보고 구매하거나, 체험까지 가능하게 해두었죠. 놀라웠던 건 이곳이 단순한 가공장이 아니라 ‘브랜드의 탄생지이자 체험형 교육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농산물 생산자, 마을 주민, 청년 창업자들이 함께 협업하며 학교라는 공간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었어요.
2. 손끝에서 시작된 브랜드, 폐교 공방의 재발견
경상북도 문경,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폐교된 초등학교. 이곳엔 지금 ‘OO 공방’이라는 이름의 수공예 브랜드 작업실이 운영 중입니다. 이 공방은 한 가죽공예 작가 부부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촌하면서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공방을 열 계획이었지만, 지역을 돌아보다 발견한 오래된 폐교에 매료되어 교실 하나하나를 가죽 작업실, 쇼룸, 재봉실, 커뮤니티 공간으로 나눠 직접 꾸몄다고 해요. 이 공방에서 제작되는 제품은 전량 수작업이며, 작은 필통에서부터 가방, 명함지갑, 커스터마이징 노트커버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핸드메이드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놀라웠던 건, 이곳에서 주민 대상 취미 강좌와 청년 창업자들을 위한 입문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구경만 하다 지금은 함께 가죽 제품을 만들며 판매에도 참여하고, 수익의 일부를 지역 복지기금으로 기부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창업 공간’을 넘어, 이 폐교 공방은 지역과 청년, 그리고 손기술이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었어요.
3. 잊힌 교실에서 피어난 로컬 창업 생태계
전북 장수, 해발 600m의 한적한 마을. 이곳의 작은 폐교는 지금 로컬 푸드, 공예,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공유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민간 주도가 아닌, 지역 사회와 협동조합이 함께 만든 모델로, 마을의 빈집과 폐교를 리모델링해 도시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리빙+워크’ 공간으로 바꾼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서 창업을 시작한 브랜드들은 다양합니다.
직접 키운 염소로 만든 치즈 브랜드, 야생화 수확으로 만든 천연차 브랜드, 폐자원을 활용한 업사이클 제품 등… 그 중심엔 학교라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한 교실은 창고 겸 제품 개발실로, 다른 교실은 디자인 작업실과 온라인 쇼핑몰 운영실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운동장 한편엔 지역 장터가 매주 열려 방문객들과의 접점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곳이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한 실험 공간이자, 지역 자체의 자산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폐교라는 공간이 단순히 ‘남는 건물’이 아니라, 청년들이 머물며 일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진짜 창업 플랫폼이 되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