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은 예전에도 배움의 장소였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폐교를 문화예술 교육 공간으로 되살린 한 예술가의 말입니다.
오늘은 배우는 즐거움 그대로 폐교가 된 지역 문화예술 교육 센터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학교가, 다시 사람들의 손끝과 마음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도예, 목공, 미술, 천연염색… 배움의 기쁨은 여전히 그 교실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번엔 ‘배움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폐교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1. 예술이 살아 있는 교실, 폐교에서 다시 배우다
제가 방문한 곳은 전북 완주에 위치한 ‘○○예술학교’입니다. 이곳은 1992년 문을 닫은 산골 초등학교를 개조한 문화예술센터로,
예술가 부부가 직접 리모델링을 하여 다양한 예술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실마다 다른 장르의 공방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1학년 교실은 도예 공방, 2학년 교실은 목공 체험장, 3학년 교실은 자연 염색 공간, 교무실은 작은 전시 갤러리로 바뀌어 있었죠. 도예 체험 시간에는 흙을 직접 만지고 물레를 돌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고, 완성된 작품은 바로 가마에서 구워 나중에 택배로 받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목공 체험에선 아이와 어른 모두가 망치질에 집중하며 나무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예술품을 ‘만들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느끼고, 배우고, 나누는 공간이었습니다.
2. 교사 대신 예술가, 새로운 ‘스승’과의 만남
이 학교의 선생님은 이제 전문 예술가들입니다. 화가, 도예가, 공예 작가, 목공 장인 등이 일주일에 몇 번씩 이곳으로 와 직접 체험 수업을 진행하고, 창작 활동도 병행합니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 작가님은 말합니다. “폐교된 학교는 외롭고 낡았지만, 그 안엔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이 담겨 있었어요. 우리가 할 일은 그 기억을 지우는 게 아니라, 예술로 이어주는 거라고 생각했죠.” 아이들과 함께 흙을 만지고, 물감을 섞고, 나무를 깎으면서 예술가들도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합니다. 도시에서는 얻기 힘든 사람과 자연, 배움이 어우러진 리듬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다고요. 실제로 제가 방문한 날은 한 가족 단위 체험팀이 와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도예 수업을 받던 아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엔 여행하면 놀고먹는 거였는데, 여긴 시간을 천천히 쓰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아이도 자랑스럽게 자기 작품을 들고 다니며 “선생님이 칭찬했어요!” 하더군요. 공부를 잘해야만 칭찬받는 곳이 아니라, 즐겁게 몰입하면 자연스럽게 칭찬받는 곳. 그게 바로 이 ‘새로운 학교’의 분위기였습니다.
3. 다시 살아난 배움의 공간, 지역과 사람을 잇다
폐교를 문화예술센터로 바꾼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닙니다. 이곳은 지역 주민, 청년 예술가, 여행자, 아이들이 어우러져 지속 가능한 배움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공동체적 실험장이기도 합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마을 전시회’는 지역 어르신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만든 작품들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또한 방학 기간에는 아이들을 위한 ‘예술 캠프’가 열리고, 계절마다 목공·도예·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려 누구나 예약 후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학교 앞 작은 장터’였습니다. 이곳에서 지역 농산물, 수공예품, 그리고 체험 수업에서 만든 작품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직접 만든 머그컵과 접시를 손님에게 설명하는 모습이 정말 진지하고 자랑스러워 보였습니다. 학교는 닫혔지만, 여전히 그 자리는 배움과 연결의 중심으로 살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떤 대단한 시스템이나 기업이 아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공간. 그들이 꾸준히 손으로 닦고, 정성껏 꾸미고, 시간을 쌓아 올린 결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