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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사랑한 학교,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는 폐교

by 옌이쀼쀼 2025. 7. 31.

폐교는 단순히 기능을 잃은 공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자리에 스며든 시간과 기억이 더해져, 이제는 또 다른 이야기를 담는 무대가 만들어집니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살아 숨 쉬는 폐교의 모습은 우리에게 아련한 추억과 함께, 지역과 콘텐츠가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오늘은 카메라가 사랑한 학교,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는 폐교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카메라가 사랑한 학교,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는 폐교

 

1. 교실의 시간은 멈췄지만, 이야기는 계속된다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던 초등학교. 이제 그 교실은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며 또 다른 생명을 품고 있다. 바로 영화와 드라마 속 배경이 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촬영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폐교된 학교가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교실과 복도, 운동장 등 학창 시절의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은 제작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예전 모습이 비교적 원형대로 남아있다는 점, 촬영 시 다른 학교보다 훨씬 자유롭게 연출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지방 소도시의 고즈넉한 풍경까지 더해지면서 다양한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충북 제천에 위치한 구 학현초등학교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교실과 복도, 교무실까지 80~90년대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당시의 분위기를 완벽히 재현할 수 있었고, 실제로도 시청자들로부터 ‘진짜 그 시절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영화 ‘스물’,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스카이캐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전국 곳곳의 폐교를 배경으로 촬영되면서 이들 공간은 단순한 시설 이상의 문화 자원이 되고 있다.

 

2. 복고 감성과 현실감, 폐교가 가진 독특한 매력

왜 하필 폐교일까? 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폐교는 시간이 멈춘 듯한 정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레트로’, ‘복고풍’ 연출이 가능 하다. 현재 운영 중인 학교에서는 리모델링이 이루어져 촬영 콘셉트에 맞는 배경을 구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폐교는 오히려 노후된 칠판, 낡은 나무 책상, 오래된 창틀 등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소품이 된다. 둘째, 촬영 허가와 접근성의 문제다. 실제 운영 중인 학교는 학기 중에는 촬영이 거의 불가능하고, 방학 중에도 일정이 매우 제한적이다. 반면 폐교는 지자체나 교육청이 관리 중인 공간으로 일정 조율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전체 공간을 오랜 시간 동안 대여할 수 있는 경우도 있어 영상 제작에 큰 도움이 된다.

셋째, 지역과의 상생 효과도 크다. 촬영을 위해 제작진이 지역에 머무는 기간 동안 숙박, 식사, 소품 대여 등 다양한 소비가 일어나면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도 폐교를 활용한 촬영지 조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폐교 내부를 일부 복원해 아예 촬영 전용 세트장으로 꾸며 운영하고 있으며, 주민들과의 협업으로 지역 축제나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한 활용도 이루어지고 있다.

 

3. 영상 속 폐교, 관광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다

영상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 그 배경지 역시 자연스럽게 여행지로 주목받는다. ‘성지순례’라 불리는 이 현상은 특히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의 명장면이 촬영된 폐교를 찾아가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폐교는 단순한 공간이 아닌 관광 자원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전라북도 임실군의 구 삼계초등학교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이후 꾸준히 방문객이 찾아오는 장소가 되었다. 교실에는 당시 촬영 당시의 사진과 배우들의 사인이 전시되어 있고, 방문객들은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학창 시절을 추억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또한 경상북도 봉화의 ‘봉성초등학교’는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촬영지로 소개되며 지역 명소로 거듭났고, 촬영 이후 리모델링을 통해 작은 영화박물관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활용해 폐교를 중심으로 한 ‘촬영지 투어 코스’를 개발하거나, 지역 문화 해설사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단순히 옛 건물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속 명장면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공유하고, 또 그 공간 안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체험형 관광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