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종소리가 울려 퍼졌던 시골 초등학교. 시간이 흘러 학생이 떠나고 폐교가 되었지만, 그 공간은 조용히 책으로 다시 숨을 쉬고 있습니다. 교실은 책장으로 채워지고, 교탁은 책방지기의 자리가 되었으며, 운동장은 북토크와 작은 축제가 열리는 마당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폐교를 개조해 만들어진 독립서점과 작은 도서관 사례들을 통해 책이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공간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1. 낡은 교실에서 만난 책의 향기 – 폐교가 된 독립서점들
첫 번째로 소개할 곳은 전라북도 고창에 위치한 '상상정원책방'입니다. 이곳은 1990년대에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복합문화
공간 내에 자리한 독립서점으로, 시골 풍경과 어우러지는 전통 기와 건물 안에 꾸며져 있습니다. 외관은 옛 학교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내부에는 따뜻한 조명과 나무 책장이 어우러진 감성적인 공간이 펼쳐집니다. '상상정원책방'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 출판물과 예술서적, 문학 중심의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공간입니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글과 그림, 사유와 상상이 채워지며 지역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조용한 쉼을 제공합니다. 또 다른 예시로는 강원도 양양의 '숲속의책방 고래가 숨 쉬는 도서관'을 들 수 있습니다. 이곳은 교실 한 칸을 통째로 개조해 만든 서점으로, ‘책이 숲을 닮아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 숲의 고요함과 책의 조용한 울림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폐교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높은 천장, 오래된 나무 바닥 등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2. 독서, 글쓰기, 북토크가 있는 복합 문화공간
이 폐교 서점들과 작은 도서관들은 단순한 책 판매를 넘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담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충청북도 제천의 한 폐교는 ‘책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책놀이터’로 탈바꿈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독서 캠프, 성인을 위한 글쓰기 워크숍, 지역 작가와 함께하는 북토크가 수시로 열립니다. 대전 근교에 있는 '책숲마을'은 폐교된 분교를 개조한 작은 도서관으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매주 열리는 독서모임은 지역 어르신들의 삶을 나누는 장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는 책을 통한 또 다른 배움의 장이 됩니다. 무엇보다 교실 칠판에 그려진 ‘오늘의 책’, 게시판에 붙은 손글씨 안내문들이 이곳의 온기를 더해 줍니다. 이러한 공간들은 단순히 책을 읽는 장소를 넘어, 지역 공동체가 다시 모이고 연결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벗어나 삶의 여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책과 자연, 그리고 조용한 쉼’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장소로 다가갑니다.
3. 책으로 이어지는 기억과 사람 – 지역과 함께 숨 쉬는 책공간
폐교를 개조한 독립서점이나 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기억’입니다. 과거 수많은 아이들이 웃고 떠들던 그 교실에서 이제는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울립니다. 어떤 사람은 이 공간에서 자신의 유년시절을 떠올리고, 또 어떤 이는 이곳에서 처음 시를 접하거나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이러한 감성적 연결은 폐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흔히 폐교는 지역소멸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역설적으로 이 같은 공간들이 다시 사람을 불러모으는 구심점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폐교를 활용한 독립서점은 주말마다 관광객이 찾아오며 지역 경제에도 작게나마 활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공간은 단순한 상업적 책방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지역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지역 작가의 책을 소개하거나,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담은 출판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등 책을 매개로 한 마을 문화의 재생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4. 폐교는 더 이상 '사라진 공간'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여전히 기억이 흐르고, 이제는 책과 사람들이 그 흐름을 잇고 있습니다. 독립서점, 작은 도서관, 북카페 등으로 새롭게 태어난 교실들은 단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느린 삶과 진심 어린 소통이 이뤄지는 작은 공동체이자 문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혹시 당신도 바쁜 도시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한 교실에서 책을 펼쳐보고 싶지 않나요? 폐교에서 시작된 이 아름다운 책 이야기,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